<역사와 기록 연구를 위한 구술사 연구방법론>
-윤택림
제6장 구술 생애사
1.구술 생애사란
-생애사는 개인적인 서술로서 구술자의 개인적 경험과 자신과 타자들에 대한 개념을 주제로 하는 자기 성찰적인 1인칭 서술을 말한다. 생애사는 시간에 따른 구술자의 삶의 과정과 역사적·문화적 맥락에서 그 삶의 과정에 대한 구술자의 해석을 보여준다. 그런데 생애사는 구술이 아닌 자서전, 전기, 일기, 편지, 메모, 자전적 소설 등을 통해 생애사 연구가 되어왔기에 구술 생애사(Oral Life History)는 구술사 연구와 생애사 연구의 교집합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구술 생애사는 한 개인이 지나온 삶을 자신의 말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기록이다. 한국의 구술사는 초기에 사회적·정치적 필요에 의하여 시작되어 구술 증언 수집이 주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기관 구술 채록에서도 구술 생애사 인터뷰가 주류를 이룬다. 최근의 구술사 연구에서는 한 개인의 삶 자체에 초점을 둔 구술생애사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생애사 연구는 주로 인류학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한 개인의 생애 속에 특정 사건이나 경험에 대한 증언의 포함, 집단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기억하는 것이 의미 있는 구술사 자료라고 하여 역사학과 사회학에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구술 생애사가 개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보면 자서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서전은 글이라는 매개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구술자와 청자라는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나오는 구술 생애사와 차이가 있다.
2.구술 생애사 연구를 왜 하는가
-구술 생애사를 수집하는 목적은 한 개인이 가진 생애이야기 또는 개인의 경험이 사회적·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어서 후대에 남기고자 하는데 있다. 특히 역사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새로운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
-생애사에서는 구술자가 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서 나타난 의식구조를 통해서 당대의 문화를 알 수 있고, 어떠한 이야기를 선택하는가를 통해서 개인의 정체성, 시대감각, 사회의식 역사인식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생애사 수집 목적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과거의 사건이나 몰랐던 일들을 들추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구술자의 해석을 중심으로 문화적 맥락을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다.
-구술 생애사를 통해서 당대의 성, 연령 그리고 계층과 같은 사회적 구조의 실체를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된다.
-구술 생애사 연구는 면담자의 의도나 연구 목적에 따라서 달라진다. 생애사 수집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더 중요한 이유는 말하는 주체의 주관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술자의 주관성과 즉흥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수집방법의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①객관적인 사실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생애주기에 대한 일반적인 구분을 만들어 생애 주기 속에서 겪었던 학교, 가족, 직업, 결혼, 특별한 역사적 경험에 관한 증언 등의 경험들을 수집할 수 있다. ex)아동기, 청소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
② 생애사는 구술자가 말하는 내용을 통해서 주관적 선택이나 해석을 제공한다. 여기에서는 구술자가 살아온 위치에서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구술자들은 각자 삶에 지니는 의미와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 선택과 해석을 한다.
③생애사는 구술자의 서술 형식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생애사는 단지 구술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드러낸다.
3.구술생애사 연구의 장애물들
-생애사를 이용하는데 두 가지 인식론적 문제점
①생애사는 구술자가 속한 사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구술자의 삶을 통하여 사회를 들여다 보는 창구 역할을 한다.
②목격자들의 사건에 대한 지각 행위에서부터 목격자의 주관성이 들어가 있어서 생애사의 주관성은 오히려 구술자의 위치에서 사회, 구조,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자료를 제공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구술자와 연구자와의 관계인데, 구술 생애사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에 청자의 역할인 연구자도 구술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두 사람 관계가 편안하고 친밀해진 이후에 인터뷰하는 것이 이상적이며 생애사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구술 생애사 연구를 어떻게 하는가
1)구술 생애사 인터뷰 준비
-개인의 구술 생애사라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이웃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구술자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 사이의 차이를 파악함으로써 구술자의 주관적 해석을 이해하기 쉬워지고, 이야기하기를 꺼리거나 부정확하게 제공한 정보들을 검증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를 참여관찰 할 필요가 있다.
-구술 생애사 연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술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연구 자료를 많이 제공하는 이야기꾼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술자와의 라포형성이 중요하므로 구술자의 일상에 대해 참여관찰 하는 것이 좋다.
2)구술 생애사 인터뷰 질문
(1)출생시의 상황: 연도, 거주지, 가족, 친족관계, 생계방식, 계층, 사회적 지위
(2)사회화 과정: 유년기, 청소년기의 가정교육 및 제도권 교육, 지역사회 교육, 학교생활
(3)직업: 최초의 직업과 직장으로부터 시작하여 직업 변화 과정(남성은 군대)
(4)결혼: 연애, 중매여부, 결혼 동기, 결혼 생활 내용, 부부관계(여성은 임신과 출산)
(5)가족생활: 부모-자식 관계, 친족관계, 육아와 자녀 교육, 가사노동, 레저, 취미
(6)일상생활: 주거지, 식생활, 의생활, 활동반경,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일
(7)구술자의 나이에 따라서 생애과정 중 중년의 삶, 노년의 삶에 대한 질문
3)구술 생애사 인터뷰 전략
-구술 생애사 인터뷰틑 출생시점에서 부터 시작한다. 최소 5시간정도는 되어야 하고, 10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1) 1차 인터뷰
-최초의 인터뷰는 개방적 인터뷰로 자연스럽게 구술자가 이야기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사실여부 보다 이야기하는 순서가 구술자의 삶의 경험들의 경중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1차 인터뷰에는 연구자의 개입을 최대한 줄이고 일단 구술자의 전반적인 삶에 대한 주관적 구술을 경청하여 구술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전체적인 인터뷰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2) 2차 인터뷰와 그 이후
-1차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개괄적인 구술자의 생애 연보를 작성하면 구술자의 이야기가 어느 시기에 대한 것인지 이해하기 쉽다. 또 예비 질문지에 추가적인 질문을 더 넣고, 1차 인터뷰에서 하지 못한 질문을 중심으로 다시 질문지를 구성한다.
ㄱ. 5시간 이상의 생애사 인터뷰를 계획할 경우
-만약 10시간의 인터뷰를 계획한다면 2-3시간 정도로 나누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각 인터뷰시 특정 주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질문을 해서 구술자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들어본다.
ㄴ. 5시간 이하의 생애사 인터뷰를 계획할 경우
-1차 인터뷰의 내용이 더욱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게 2차 인터뷰를 한다. 2차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묻고 싶거나 확인이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추후질문을 해서 마무리한다. 5시간 이상 하고싶어도 구술자가 과묵하면 할 수가 없다.
-구술 생애사 인터뷰는 구술자가 충분히 자신의 삶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면담자는 잘 듣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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